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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매의 블로그: 일상에 대한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주인장의 이야기들 by 낙상매


약해지다


성준이한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뉴스에 한예종 출신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보고 내 생각이 났다고 한다. 성준이 말로는 내가 다니는(정확히는 다녔던) 학교의 이름을 듣고 내 생각이 났단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녀의 인생과 내 인생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더 생각이 나지 않았나 잠깐 생각했다. 물론 녀석은 '넌 잘 될 거야'라는 인사말을 남겼지만, 사실 나에게 그 말이 크게 위로가 되지는 못한다.

나는 약해졌다.

'부쩍'이라는 단어를 쓰려다 이내 지웠다. 그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약해졌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으니까. '갑작스레' 혹은 '느닷없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듯싶다. 나의 감정적 반응에 대한 뉘앙스까지 고려하면 '느닷없이'가 낫겠다.

물론 내 육체적, 정신적 강도에 대한 측정장치는 없다. 다만 전에 없던 하나의 행동이 그런 판단을 내린 이유가 된다. 그 행동이란 자주 '뒤를 돌아본다'는 거다. 앞만 보고 간다는 식의 성취 지향적 인간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앞도 뒤도 별로 의미가 없었다. 그저 시간의 화살 위에 어정쩡하게 걸쳐 있다 정도의 태도로 일관했다.

뭐가 변한 것일까?

알 수 없는, 혹은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균형이 깨졌다. '뜬 구름 잡기'가 그렇게 비경제적인 사회적 활동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대값이란 측면에서 사실 두 가지 옵션 사이에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에 하나의 옵션이 훨씬 낮은 기대값을 가지고 있었다면 애초 그것은 옵션으로서의 가치조차 가지지 못한다. 무언가 구체적인 것을 지시할 수 없지만 나에게도 기대할 만한 무엇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의 사회적인 가치가 높지는 못할지언정 개인적인 가치는 충분할 것이라 믿었다.

그게 의심스러워졌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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